1882년 파리 살롱에 한 술집의 바를 그린 그림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었습니다. 폴리 베르제르는 음악과 곡예, 서커스 공연을 함께 즐기던 대형 뮤직홀이었고, 마네는 그 안의 화려한 바 한곳을 무대로 삼았습니다. 화면 한가운데에는 젊은 바텐더 수종이 서 있지만, 이 그림에서 가장 유명해진 주인공은 어쩌면 그녀 뒤의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정면에 선 수종 뒤에는 거대한 거울이 있다
그림 속 젊은 여성은 실제로 폴리 베르제르에서 일하던 바텐더 수종(Suzon)입니다. 마네는 현장에서 스케치를 했지만 완성작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그렸고, 작업실 안에 실제 크기의 바를 다시 만들어 수종을 세워 두었습니다.
그녀의 앞에는 대리석 바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샴페인 병과 리큐르 병, 꽃이 꽂힌 유리잔, 그리고 오렌지가 담긴 유리 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뒤로 보이는 군중과 조명, 공연장의 화려한 분위기는 대부분 수종 뒤의 거대한 거울에 비친 모습입니다. 화면 왼쪽 위에 잘려 들어온 초록색 신발 역시 공연 중인 곡예사의 다리입니다.
문제는 그 거울이 이상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거울을 자세히 보면 금세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면을 향해 서 있는 수종의 뒷모습이 바로 뒤가 아니라 화면 오른쪽으로 크게 밀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 옆에는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서서 수종과 대화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현실의 화면에는 그 남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왼쪽 앞에 놓인 술병의 위치도 거울 속 반사와 완전히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은 마네가 거울의 법칙이나 원근법을 일부러 무시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잘못 그린 것인지 궁금해했습니다.
100년 넘게 ‘틀린 거울’처럼 보였던 이유
관람객이 그림 앞에 서면 대개 자신이 수종의 정면 한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거울은 분명 어색합니다. 정면의 인물이라면 반사 역시 정면 바로 뒤에 와야 할 것 같은데, 그림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오랫동안 ‘이상한 거울’의 대표적인 예처럼 이야기되었습니다. 코톨드 갤러리도 오늘날 이 그림의 반사가 오른쪽으로 이동해 있으며, 바로 그 점이 작품을 둘러싼 오래된 논쟁의 핵심이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재현해 보니 장면은 가능했다
약 120년 뒤, 미술사학자 맬컴 파크(Malcolm Park)는 그림 속 장면을 실제 공간으로 다시 만들어 보았습니다. 2000년 그는 사람과 바, 거울을 배치해 이 작품을 재현하는 실험을 했고, 마네의 그림처럼 보이는 장면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비밀은 보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관람자의 시점이 수종의 정면 한가운데가 아니라 조금 오른쪽에 놓인다고 생각하면, 그녀의 반사가 오른쪽으로 이동해 보일 수 있고, 화면 바깥에 선 남자는 실제 장면에는 직접 보이지 않지만 거울 속에는 들어올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그림의 모든 어색함을 완전히 없애 주는 것은 아닙니다. 게티 미술관도 마네가 여전히 일부 혼란을 의도적으로 남겨 두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이 거울이 단순한 실수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마네는 마지막 주요 작품에 일부러 불안한 시선을 남겼다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은 마네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완성한 마지막 주요 작품입니다. 화려한 유흥 공간의 소음과 군중,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어딘가 지친 듯한 수종의 표정은 이 그림을 단순한 실내 풍속화로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거울은 현실을 그대로 복제하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마네는 그 거울을 통해 관람자의 위치를 흔듭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자리에 서 있는지, 수종을 바라보는 동시에 그녀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을 다시 보세요.
100년 넘게 잘못 그렸다고 의심받았던 거울은, 어쩌면 이 그림에서 가장 치밀하게 계산된 장치였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