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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TORY

이야기로 보는 명화 · 27

한 번도 함께 서지 않았던 두 사람

그림 속에서는 아버지와 딸이지만, 실제 모델은 화가의 여동생과 치과의사였고 두 사람은 따로 포즈를 취했다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 고딕식 뾰족창이 있는 흰 목조주택 앞에 안경 쓴 남성이 쇠스랑을 들고 서 있고, 왼쪽에는 굳은 표정의 여성이 함께 서 있다.
Grant Wood, American Gothic, 1930 ·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작품 정보

작가
그랜트 우드 (Grant Wood, 1891–1942)
작품명
〈아메리칸 고딕〉 (American Gothic)
제작연도
1930
재료
비버보드에 유채
크기
78 × 65.3 cm
소장처
미국 시카고 미술관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1930년 여름, 그랜트 우드는 아이오와주의 작은 마을 엘던을 지나가다 특이한 흰색 목조주택 한 채를 발견했습니다. 평범한 집처럼 보였지만 2층 창문만큼은 중세 성당처럼 위쪽이 뾰족했습니다. 우드는 그 집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런 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그림의 출발점은 사람이 아니라 집이었다

이 건축 양식은 카펜터 고딕(Carpenter Gothic)이라 불립니다. 석조 고딕 건축의 뾰족한 아치를 미국의 목조주택에 간단하게 적용한 방식입니다. 우드는 실제 집주인을 그리지 않고, 자신이 그 집에 어울린다고 상상한 인물들을 새로 만들어 앞에 세웠습니다.

〈아메리칸 고딕〉 부분 확대. 두 인물 뒤로 위쪽이 뾰족한 고딕식 창문이 있는 흰색 목조주택이 보인다.
부분 확대 · 작품 제목의 ‘고딕’은 두 사람의 분위기가 아니라 뒤에 있는 집의 뾰족한 창문에서 시작되었다

남자는 치과의사, 여자는 화가의 여동생이었다

남자 모델은 우드가 다니던 치과의사 바이런 맥키비였고, 여자 모델은 화가의 여동생 낸 우드였습니다. 두 사람은 실제 가족도, 부부도 아니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그림을 위해 둘이 함께 서서 포즈를 취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우드는 두 사람을 각각 따로 그린 뒤 한 화면 안에 합쳤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너무 자연스럽게 한 가족처럼 보이는 장면은 사실 처음부터 철저하게 구성된 이미지였습니다. 집도 모델들의 집이 아니었고, 남자는 농부가 아니라 치과의사였으며, 여자는 그의 딸이 아니라 화가의 여동생이었습니다.

우드는 둘을 부부가 아니라 ‘농부와 그의 딸’로 생각했다

그림 속 두 사람의 관계 역시 오랫동안 오해를 받았습니다. 많은 관람객이 나이 차이가 큰 부부라고 생각했지만, 시카고 미술관은 이들을 농부와 그의 딸로 설명합니다. 우드는 오래된 가족사진 속 인물들처럼 두 사람을 엄격하고 정면적인 모습으로 세웠습니다.

남자는 작업복 위에 검은 재킷을 입고 쇠스랑을 꽉 쥐고 있습니다. 여자는 고개를 약간 돌린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쇠스랑의 세 갈래 형태는 남자의 작업복 솔기와 셔츠 무늬, 뒤쪽 집의 뾰족한 창문과도 반복되며 사람과 집이 같은 리듬을 가진 것처럼 연결됩니다.

풍자인가 존경인가, 그림의 의미는 오래도록 갈렸다

1930년 이 그림이 시카고 미술관 전시에 출품되자 우드는 상금을 받으며 빠르게 유명해졌습니다. 작품이 신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자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아이오와의 일부 농촌 주민들은 자신들을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시골 사람으로 조롱한 그림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대공황을 견디는 중서부 농촌 사람들의 근면함과 강인함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보았습니다. 우드 자신은 중서부 사람들의 편협함을 조롱하려 했다는 해석을 부정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풍자인지 존경인지에 대한 해석은 지금까지도 하나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가장 유명한 ‘가족사진’은 처음부터 만들어진 장면이었다

〈아메리칸 고딕〉은 너무 익숙해 실제 가족사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드는 한 채의 집과 서로 다른 두 모델을 따로 관찰한 뒤 한 화면에 조합했습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장면이 오히려 미국 농촌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된 것입니다.

이제 〈아메리칸 고딕〉을 다시 보세요.
너무 자연스럽게 한 가족처럼 서 있는 두 사람은 사실 이렇게 함께 포즈를 취한 적이 없습니다.

한쪽은 화가의 여동생이었고, 다른 한쪽은 그의 치과의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