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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TORY

이야기로 보는 명화 · 03

고단한 삶을 싣고 달리는 시대의 자화상

철도 시대, 삼등칸에 비친 노동계급의 고단한 얼굴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 열차. 어두운 삼등칸 앞줄에 바구니를 든 노년 여성과 아기를 안은 젊은 여성, 잠든 아이가 앉아 있다.
Honoré Daumier, The Third-Class Carriage, ca. 1862–1864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작품 정보

작가
오노레 도미에 (Honoré Daumier, 1808–1879)
작품명
〈삼등 열차〉 (Le Wagon de troisième classe / The Third-Class Carriage)
제작연도
약 1862–1864
재료
캔버스에 유채
크기
65.4 × 90.2 cm
소장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어느 시대나 기차에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잠시 묶이고, 각자의 사정과 피로를 안은 채 같은 풍경을 지나갑니다. 19세기 중반의 철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근대의 상징이었습니다. 도시와 지방을 빠르게 연결하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바꾸었지만, 그 새로운 속도가 모두에게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노레 도미에는 화려한 일등칸보다 어둡고 비좁은 삼등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그저 이동하고 견디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삼등 열차〉는 근대화의 속도보다 그 속도를 따라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무게에 더 가까이 다가간 그림입니다.

삼등칸의 앞줄에 앉은 세 사람

화면 앞쪽에는 세 인물이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바구니를 두 손으로 붙잡은 노년 여성,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젊은 여성, 그리고 몸을 기대 잠든 소년입니다. 오랫동안 이들을 한 가족처럼 읽어왔지만, 실제 관계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해설은 젊은 여성을 아기를 돌보는 어머니로 설명합니다. 한편 최근 연구에서는 당시 파리와 지방을 오가던 젖먹이 유모와 그들을 연결하던 여성들의 이동 풍습과 관련해 이 장면을 읽기도 합니다. 어느 해석을 따르든 중요한 것은 도미에가 이들을 익명의 구경거리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소년은 깊이 잠들어 있고, 젊은 여성은 아기를 안은 채 시선을 아래로 두고 있습니다. 노년 여성은 정면을 향하지만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 사람은 서로 가까이 앉아 있으면서도 각자의 피로 속에 잠겨 있습니다.

바구니를 붙잡은 손이 먼저 보인다

이 그림에서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노년 여성의 얼굴과 손입니다. 깊은 주름과 굳게 다문 입, 두툼하고 거친 손은 오랫동안 몸으로 일해온 사람의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는 무릎 위의 바구니 손잡이를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습니다.

그 바구니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생필품일 수도 있고, 일을 위해 챙긴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굳이 의미를 만들어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도미에가 그 평범한 바구니와 손을 화면 앞쪽에 크게 두었다는 사실입니다.

귀족의 우아한 손도, 영웅의 힘찬 손도 아닙니다. 하지만 도미에는 그 거칠고 마디 굵은 손을 작게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손에서 가난보다 먼저 버티고 살아온 사람의 무게를 보게 됩니다.

삼등 열차의 부분 확대. 아기를 안은 젊은 여성과 바구니를 든 노년 여성의 얼굴과 손이 크게 보인다.
부분 확대 · 앞줄 인물들의 얼굴과 손

사람은 많지만 객차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앞줄의 세 사람 뒤로 삼등칸을 가득 채운 승객들이 이어집니다. 모자를 쓴 남자, 고개를 숙인 사람, 창밖이나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들까지 몸은 가까이 붙어 있지만 시선은 서로 만나지 않습니다.

기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을 텐데 화면에서는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도미에는 속도를 직접 보여주기보다, 이동하는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정지된 순간을 택했습니다. 근대의 교통수단 안에서 가장 느리고 무겁게 보이는 것은 오히려 사람들의 몸입니다.

이 때문에 〈삼등 열차〉는 단순한 교통 풍경을 넘어섭니다. 등급으로 나뉜 객차, 이름 없이 이동하는 노동계층의 승객, 서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각자의 걱정 속에 고립된 사람들. 작은 객차 하나가 당시 도시 사회의 단면처럼 보입니다.

권력을 향해서는 날카롭고, 평범한 사람 앞에서는 조용했던 화가

도미에는 당대에 화가보다 풍자화가와 석판화가로 더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는 La Caricature와 Le Charivari 같은 신문과 잡지에 수천 점의 풍자화를 발표하며 정치권력과 부르주아 사회의 위선을 비판했습니다.

1831년에는 국왕 루이 필리프를 라블레의 거인 가르강튀아에 빗댄 풍자화를 제작했고, 이 일 등으로 183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권력을 그릴 때 그의 선은 거칠고 조롱으로 가득했지만, 노동자와 서민을 그릴 때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삼등 열차〉에도 비웃음은 없습니다. 낡은 옷과 지친 얼굴을 보여주지만 인물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설명하듯, 이들은 차분하고 내향적이며 화면 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가집니다.

미완성의 격자선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작품을 가까이 보면 인물과 배경 위로 바둑판처럼 얇은 격자선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선은 작은 구상이나 다른 버전의 구도를 큰 화면으로 옮길 때 비례를 맞추기 위해 사용한 흔적으로 이해됩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본은 실제로 미완성 작품입니다. 다만 도미에가 말년에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이 그림을 끝내지 못했다는 식으로 곧바로 연결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작품의 제작 시기는 대략 1862~1864년으로 보고 있으며, 그의 시력 문제는 이후 더욱 심해졌습니다.

오히려 남겨진 격자선은 도미에가 화면을 만들어간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흔적에 가깝습니다.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림의 힘을 약하게 만들기보다, 거친 선과 얇은 채색이 인물들의 피로한 얼굴과 묘하게 어울립니다.

빛은 가장 화려한 곳이 아니라 지친 얼굴에 머문다

객차 전체는 어둡지만 앞줄의 두 여성에게는 부드러운 빛이 들어옵니다. 노년 여성의 두건과 얼굴, 젊은 여성의 옷과 품에 안긴 아이가 뒤쪽 승객들의 어두운 머리 사이에서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이 배치를 성모자나 성가족의 이미지와 연결해 읽는 해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도미에의 의도로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종교적인 비유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화면 가장 밝은 빛이 사회적으로 가장 낮은 등급의 승객들에게 머문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도미에는 이들을 불쌍한 사람으로 과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앉아 있고, 잠들어 있고, 아이를 돌보고, 바구니를 붙잡고 있을 뿐입니다. 바로 그 평범함 때문에 이들의 삶은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도미에 역시 평생 넉넉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미에의 삶도 경제적으로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신문에 풍자화를 그리며 생계를 이어갔고, 말년에는 가난과 질병, 악화되는 시력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친구였던 풍경화가 카미유 코로는 1874년 도미에가 오랫동안 세 들어 살던 발몽두아의 작은 집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흔히 ‘코로가 집을 몰래 사서 선물했다’는 식의 따뜻한 일화로 전해지기도 하지만, 확인되는 기록은 코로의 경제적 도움으로 도미에가 그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정도입니다.

이런 삶의 경험이 〈삼등 열차〉의 인물과 직접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권력과 돈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풍자하고, 자신도 평생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 삼등칸의 승객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는 생각해볼 만합니다.

빠른 시대의 한가운데서 가장 느리게 남은 사람들

〈삼등 열차〉에는 극적인 사건도, 낭만적인 위로도 없습니다. 철도라는 새로운 시대의 상징 안에서 몇 사람이 조용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조용함 안에는 당시 사회의 속도와 계층, 노동과 피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열차는 목적지를 향해 계속 움직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미에는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그 여정의 한가운데에서 잠시 멈춘 듯한 사람들의 얼굴을 남겼습니다.

이제 〈삼등 열차〉를 다시 한번 보세요.
노년 여성의 두 손이 붙잡고 있는 것은 작은 바구니 하나일까요.
아니면 하루하루 놓치지 않으려 애써온 삶의 무게일까요.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 시대 속에서,
도미에는 가장 천천히 견뎌야 했던 사람들을 화면 앞쪽에 앉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