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I COLOR TEST 오늘, 조금 더 나를 알아가는 시간
ART STORY

이야기로 보는 명화 · 15

계단 벽에서 돌아온
거대한 빙산

미술사에서 사라진 대작은 영국의 한 계단 벽에서 발견되어 미국 회화의 경매 기록을 바꾸었다

프레더릭 에드윈 처치의 빙산. 잔잔한 북극 바다 위로 거대한 흰 빙산이 솟아 있고, 화면 아래 얼음 위에는 부러진 돛대가 놓여 있으며 오른쪽에는 푸른 얼음 동굴이 보인다.
Frederic Edwin Church, The Icebergs, 1861 · Dallas Museum of Art · Public Domain

작품 정보

작가
프레더릭 에드윈 처치 (Frederic Edwin Church, 1826–1900)
작품명
〈빙산〉 (The Icebergs)
제작연도
1861
재료
캔버스에 유채
크기
163.8 × 285.8 cm
소장처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미술관 (Dallas Museum of Art)

1979년, 영국 맨체스터의 한 청소년 시설에서 거대한 그림 한 점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그림은 오랫동안 좁은 계단 벽에 걸려 있었고, 사람들은 매일 그 앞을 오르내리면서도 그것이 한때 미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풍경화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 작품이 바로 프레더릭 에드윈 처치의 〈빙산〉이었습니다.

처치는 북극의 얼음을 보기 위해 직접 바다로 갔다

이 그림의 시작은 1859년 북대서양에 있습니다.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북극 탐험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고, 사람들은 지도에 남은 빈 공간과 북서항로의 가능성에 강한 호기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처치 역시 직접 북쪽으로 향해 래브라도와 그린란드 사이의 바다를 항해하며 빙산과 얼음바다를 스케치했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흰 산처럼 보이던 빙산은 가까이 다가가면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얼음은 절벽처럼 갈라지고, 동굴처럼 파여 있으며, 빛에 따라 푸른색과 분홍빛, 황금빛을 번갈아 띠었습니다. 처치는 그 거대한 자연물을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관람자가 눈앞에서 마주한 압도적 존재처럼 느끼게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이 그림에는 사람이 없지만 인간의 흔적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화면 중앙에는 거대한 빙산이 바다 위로 솟아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아치형으로 뚫린 얼음 동굴이 있고, 그 위에는 녹슨 쇳덩이처럼 보이는 붉은 바위가 걸쳐 있습니다. 빙하가 육지에서 뜯어 와 싣고 온 암석으로 읽히는 이 바위는, 빙산이 단지 떠 있는 얼음덩어리가 아니라 대륙의 흔적을 함께 운반하는 거대한 이동체임을 알려 줍니다.

빙산 부분 확대. 푸른빛이 도는 얼음 동굴과 그 위에 걸린 갈색 바위, 고요한 물빛이 함께 보인다.
부분 확대 · 얼음 동굴과 그 위의 붉은 바위는 빙산을 하나의 건축물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그것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자연물임을 함께 드러낸다

처음 이 그림을 보면 빙산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도 배도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면 아래를 자세히 보면 얼음 위에 부러진 돛대가 놓여 있습니다. 배 한 척의 흔적이 나뭇가지처럼 작게 보이는 순간, 관람자는 비로소 빙산의 압도적 규모를 실감하게 됩니다.

부러진 돛대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난파의 흔적이 처음부터 그림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처치가 1861년 뉴욕과 보스턴에서 작품을 처음 전시했을 때, 이 그림의 제목은 〈빙산〉이 아니라 〈북쪽〉(The North)이었습니다. 그러나 작품은 기대와 달리 쉽게 팔리지 않았습니다. 남북전쟁이 시작된 해였던 만큼 사람들의 시선은 북극의 얼음보다 전쟁터의 소식에 더 쏠려 있었습니다.

처치는 이후 작품을 영국으로 가져가 다시 전시하며 화면 아래쪽에 난파선의 부러진 돛대를 추가했습니다. 이 작은 변화는 그림을 북극의 장엄한 풍경에서, 북서항로를 찾아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한 프랭클린 탐험대를 떠올리게 하는 추모의 장면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빙산 부분 확대. 얼음 평면 위에 녹슨 듯한 갈색의 부러진 돛대가 놓여 있고, 뒤로는 고요한 바다와 먼 빙산이 보인다.
부분 확대 · 화면 아래의 부러진 돛대 하나가 북극에서 사라진 인간의 흔적과, 얼음 앞에서 무력한 문명의 크기를 동시에 드러낸다

1845년 출항한 존 프랭클린 탐험대는 북극에서 실종되었고, 그 사건은 오랫동안 영국 사회에 큰 충격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영국 관람객에게 이 부러진 돛대는 단지 난파선의 일부가 아니라, 돌아오지 못한 탐험가들을 가리키는 표지로 읽혔습니다.

한때는 저택의 장식품처럼 걸려 있다가 기록에서 사라졌다

영국 전시 이후 그림은 철도 사업가 에드워드 윌리엄 왓킨에게 판매되었습니다. 그는 작품을 자신의 저택 로즈 힐에 걸어 두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허드슨강 화파와 처치의 명성이 빠르게 희미해지면서, 이 대작 역시 미술계의 기록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림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계단 벽에 그대로 걸려 있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그것이 미국 회화사의 중요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화가의 이름이 잊히자, 그림도 평범한 장식처럼 취급되었습니다.

계단 벽의 그림은 1979년 다시 미국 미술사를 뒤흔들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 미국 미술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해졌고, 기록 속에만 남아 있던 〈빙산〉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맨체스터의 청소년 시설에서 걸려 있던 대형 그림이 바로 그 작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한때 미술사에서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대작이 거의 80년 만에 돌아온 순간이었습니다.

1979년 10월 25일, 작품은 뉴욕 소더비 경매에 출품되었고 250만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미국 미술품 경매 가격으로는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구매자인 라마 헌트와 노마 헌트 부부는 작품을 개인 저택에 두지 않고 댈러스 미술관에 기증했고, 오늘날 〈빙산〉은 미술관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 빙산은 탐험대의 실종과 그림 자신의 실종을 함께 품고 있다

이 그림에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시간은 화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북극으로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탐험가들, 작품을 더 잘 팔기 위해 난파의 흔적을 덧붙인 화가, 그림을 저택에 걸었던 수집가, 그리고 수십 년 동안 그 가치를 모른 채 계단을 오르내렸던 사람들까지 모두 이 얼음의 풍경과 얽혀 있습니다.

처치가 그린 빙산은 영원히 남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빙산도 언젠가는 녹아 사라지고, 그림 또한 한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빙산〉은 북극에서 사라진 탐험대의 흔적을 담은 그림이면서, 자기 자신도 오랫동안 세상의 기억에서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빙산〉을 다시 보세요.
화면 아래 놓인 부러진 돛대는 북극에서 사라진 탐험대를 가리키고, 그 위의 거대한 얼음 절벽은 인간의 기억과 문명까지도 한순간에 압도하는 자연의 크기를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 빙산은, 오랫동안 계단 벽에 걸린 채 잊혔던 그림 한 점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이야기까지 함께 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