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I COLOR TEST 오늘, 조금 더 나를 알아가는 시간

패스트푸드 간판은 왜 빨강과 노랑일까

빨강 바탕에 노란 글씨.
노란 바탕에 빨간 그림.
햄버거 가게, 치킨집, 피자 가게의 간판을 떠올리면 이 두 색이 유난히 자주 겹칩니다.

멀리서 간판의 글자를 읽기도 전에, 색만 보고 '저기 뭔가 먹을 데가 있구나' 하고 알아차릴 때도 있습니다.
이 두 색은 어쩌다 먹는 곳의 얼굴이 되었을까요.

해 질 무렵 길가에 늘어선 음식점 간판들, 대부분 빨강·노랑 조합으로 불을 밝힌 모습

흔히 듣는 설명이 있습니다.
빨강은 흥분과 식욕을 돋우고, 노랑은 즐거움과 친근함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빨강과 노랑을 함께 쓰면 손님이 더 배고파지고, 더 빨리 먹고, 더 빨리 자리를 뜬다는 이야기입니다.
'케첩과 머스터드 이론'이라는 이름까지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설명은 들을수록 그럴듯하지만,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색이 기분과 입맛에 조금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고,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빨간 간판 앞에서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까닭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까닭은 '잘 보이는 것'입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길가 식당에 들르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지나가는 운전자의 눈에 들어가려면, 간판은 멀리서도 한눈에 보여야 했습니다.
하늘의 파랑과 나무의 초록 사이에서 빨강과 노랑은 유난히 눈에 잘 띄는 색입니다.
1화의 신호등, 10화에서 다룰 경고 표지에 이 두 색이 쓰이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어느 햄버거 가게의 노란 아치도 처음에는 글자가 아니라 건물이었습니다.
1953년, 가게 건물 양옆에 커다란 노란 아치를 세워 길에서 눈에 띄게 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아치가 나중에 로고가 되었습니다.
잘 보이려고 고른 색과 모양이, 시간이 흘러 그 가게의 얼굴이 된 것입니다.

1950년대 미국 고속도로 옆, 커다란 노란 아치 두 개가 솟은 작은 햄버거 가게와 그 앞을 지나는 옛 자동차

두 번째 까닭은 '앞선 사람을 따라 하기'입니다.
크게 성공한 가게가 빨강과 노랑을 쓰자, 뒤따르는 가게들도 비슷한 색을 골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빨강과 노랑은 차츰 '빠르고 값싸게 배를 채우는 곳'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7화에서 이야기한 '믿음을 빌리는' 방식이 여기서도 쓰인 셈입니다.

세 번째 까닭은 '음식의 색'입니다.
잘 구운 빵, 튀김옷, 감자튀김은 노릇노릇한 노랑이고, 토마토와 고기와 매운 양념은 빨강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 떡볶이 국물, 빨간 김치찌개를 떠올려 보면 더 쉽게 와닿습니다.
반대로 자연에는 파란 음식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파랑은 식당 간판에서 잘 쓰이지 않습니다.

식탁 위에 노릇한 튀김, 빨간 떡볶이, 붉은 토마토가 놓이고 한쪽 구석에 어색하게 파란 접시 하나만 있는 모습

여기서 3화의 퍼스를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퍼스는 실제로 이어져 있어서 뜻이 통하는 기호를 '지표', 사람들의 약속으로 뜻이 통하는 기호를 '상징'이라고 했습니다.

빨강과 노랑이 우리 몸을 직접 배고프게 만든다면, 그것은 지표에 가깝습니다.
연기를 보면 불이 있듯, 빨강을 보면 식욕이 생기는 셈이니까요.
하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그 끈은 생각보다 약합니다.
오히려 빨강과 노랑이 '먹을 곳'으로 읽히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간판이 그렇게 약속해 왔기 때문입니다.
상징이면서, 마치 몸이 먼저 반응하는 지표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2화에서 만난 바르트라면 이것을 '신화'라고 불렀을 것입니다.
사람이 만든 약속이 너무 익숙해져서,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자연의 이치처럼 보이는 것.
'빨강은 식욕을 돋운다'는 말이 상식처럼 들리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요즘은 이 약속을 일부러 벗어나는 가게도 늘고 있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내세우는 가게는 초록과 흰색을, 고급스러움을 내세우는 가게는 검정과 짙은 갈색을 고릅니다.
빨강과 노랑이 '빠르고 값싼 음식'이라는 뜻을 너무 강하게 품게 되자, 그 뜻을 피하고 싶은 가게들이 생긴 것입니다.

다음에 낯선 동네에서 배가 고플 때, 간판의 색부터 눈에 들어온다면 그것은 우리 몸이 반응해서라기보다 우리가 그 약속을 아주 잘 배웠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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