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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TORY

이야기로 보는 명화 · 21

실제로는 없었던
마지막 입맞춤

한 신문기자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그림이 되었고, 결국 역사적 장면처럼 기억되었다

토머스 호벤든의 〈존 브라운의 마지막 순간〉. 교수대로 향하는 존 브라운이 계단 옆에서 한 흑인 여성이 안고 있는 아이에게 몸을 숙이고 있으며, 주변에는 총검을 든 군인들과 군중이 서 있다.
Thomas Hovenden, The Last Moments of John Brown, 1882–1884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작품 정보

작가
토머스 호벤든 (Thomas Hovenden, 1840–1895)
작품명
〈존 브라운의 마지막 순간〉 (The Last Moments of John Brown)
제작연도
1882–1884
재료
캔버스에 유채
크기
196.5 × 168.3 cm
소장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1859년 12월 2일, 교수대로 향하던 존 브라운이 감옥 문 앞에서 한 흑인 여성이 안고 있던 아이에게 마지막 입맞춤을 남겼다는 이야기가 퍼졌습니다. 장면은 너무나 극적이어서 신문과 책, 시와 판화에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토머스 호벤든의 〈존 브라운의 마지막 순간〉도 바로 그 장면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이 입맞춤은 실제로 확인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한 신문기사에서 시작된 장면

존 브라운은 노예제에 반대했던 급진적인 폐지론자였습니다. 그는 노예제를 말과 법만으로 없애기 어렵다고 보았고, 1859년 10월 동료들과 함께 버지니아 하퍼스페리의 연방 무기고를 습격했습니다. 무기를 확보해 노예들에게 나누어 주고 봉기를 일으키려는 계획이었지만,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브라운은 체포된 뒤 재판을 받고 12월 2일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뉴욕 데일리 트리뷴〉에는 그의 마지막 순간을 극적으로 묘사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자 에드워드 H. 하우스는 브라운이 감옥을 나서다가 흑인 여성과 아이를 발견했고, 아이에게 다정하게 입을 맞추었다고 썼습니다.

이 이야기는 빠르게 퍼졌습니다. 신문에서 신문으로 옮겨졌고, 전기와 시, 판화에도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1863년에는 커리어 앤 아이브스가 같은 장면을 판화로 제작해 대중적으로 널리 유통했습니다.

하지만 목격 기록은 이 장면과 달랐다

이후 당시 상황을 살핀 기록과 증언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브라운이 감옥을 나설 때 주변은 군인들로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었고, 일반인이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흑인 여성과 아이가 브라운에게 접근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결국 이 장면은 실제 목격담이라기보다, 사건 이후 만들어지고 반복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야기보다 더 오래 남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실제 역사처럼 굳어졌습니다.

호벤든은 그 허구의 순간을 가장 따뜻한 장면으로 바꾸었다

그림 중앙에서 브라운은 두 손이 묶인 채 몸을 숙이고 있습니다. 한 흑인 여성은 아이를 두 팔로 들어 올리고 있고, 브라운은 그 아이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갑니다. 주변에는 총검을 든 군인들이 서 있고, 계단과 문 안쪽에서도 사람들이 이 장면을 지켜봅니다.

〈존 브라운의 마지막 순간〉 부분 확대. 흰 머리와 수염의 존 브라운이 흑인 여성이 안아 올린 아이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군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부분 확대 · 차가운 총검과 군인들 사이에서 브라운과 아이의 접촉만이 화면의 감정적 중심이 된다

호벤든은 브라운에게 동정적인 시선을 보냅니다. 실제 존 브라운은 평화로운 인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노예제를 끝내기 위해 폭력과 무장봉기가 필요하다고 믿었고, 하퍼스페리 습격에서도 사람이 죽었습니다. 당시에도 그는 위험한 폭도이자 살인자로 비난받는 동시에, 노예해방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로 추앙받았습니다.

그림은 사실보다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호벤든은 브라운의 복잡한 마지막 모습 가운데 폭력이나 갈등이 아니라 입맞춤을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장면은 그림 속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 되었고, 브라운을 자비로운 순교자의 이미지로 기억하게 만드는 데 강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지 존 브라운의 마지막 순간을 보여 주는 그림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어떤 인물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한 번 만들어진 이야기가 이미지와 만나 어떻게 역사적 기억처럼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이제 〈존 브라운의 마지막 순간〉을 다시 보세요.
두 손이 묶인 존 브라운이 흑인 아이에게 얼굴을 내미는 이 작품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실제로 확인된 장면이 아닙니다.

그러나 바로 그 허구가, 당시 사람들이 존 브라운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어 했는지를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