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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TORY

이야기로 보는 명화 · 22

식당 벽에 걸려 있던
카라바조

200년 가까이 사라졌던 명화는 미술관 창고가 아니라 더블린의 한 예수회 식당에서 발견되었다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체포〉. 유다가 예수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고,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예수를 붙잡으려 밀려든다. 오른쪽 끝에는 등불을 든 남자가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The Taking of Christ, 1602 · National Gallery of Ireland, long-term loan · Public Domain

작품 정보

작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
작품명
〈그리스도의 체포〉 (The Taking of Christ)
제작연도
1602
재료
캔버스에 유채
크기
133.5 × 169.5 cm
소장처
아일랜드 국립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Ireland, 장기대여)

1990년 8월, 더블린의 한 예수회 신부가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에 연락했습니다. 수도원에 걸린 그림들을 한번 살펴봐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미술관 복원가 세르조 베네데티는 식당 벽에 걸린 어두운 그림 한 점 앞에서 멈췄습니다. 오래된 니스 때문에 화면은 검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구도는 오랫동안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체포〉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카라바조의 이름은 그림보다 먼저 사라졌다

이 작품은 1602년 로마의 귀족 치리아코 마테이가 카라바조에게 주문한 그림이었습니다. 이후 약 200년 동안 마테이 가문이 소유했지만, 18세기 후반부터 작품의 저자가 카라바조가 아니라 네덜란드 화가 헤리트 판 혼토르스트로 잘못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1802년 그림은 잘못된 작가 이름을 단 채 스코틀랜드의 수집가에게 팔렸고, 이후 100년 넘게 영국에 머물렀습니다. 1924년에는 의사 마리 리 윌슨이 구입해 아일랜드로 가져갔고, 1930년대 더블린 예수회에 기증했습니다. 그때부터 그림은 50년 넘게 수도원의 식당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작은 기록의 오류가 그림의 이동 경로를 되살렸다

작품의 진짜 작가를 밝혀내는 과정에는 오래된 기록의 작은 실수도 단서가 되었습니다. 그림이 혼토르스트의 작품으로 잘못 분류되며 이탈리아식 이름까지 틀리게 기록되었고, 그 철자 오류가 문서와 명패에 반복되어 있었습니다. 베네데티는 이 흔적을 따라가며 작품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습니다.

이후 연구와 복원, 과학적 조사에는 약 3년이 걸렸고, 1993년 그림은 카라바조의 작품으로 다시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그림 자체는 한 번도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었지만, 작가의 이름을 잃는 순간 미술사에서는 사실상 사라진 작품이 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유다의 입맞춤과 병사들의 갑옷이 어둠 속에서 충돌한다

화면은 유다가 입맞춤으로 예수를 가리키는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왼쪽에서는 사도 요한이 팔을 들어 올린 채 달아나고, 중앙에서는 유다가 예수에게 바짝 붙어 있습니다. 오른쪽에서는 검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예수를 붙잡습니다.

카라바조는 인물들을 넓은 공간에 흩어 놓지 않았습니다. 몸과 팔, 얼굴과 갑옷을 화면 안에 빽빽하게 밀어 넣어 관람자가 사건 바로 앞에 서 있는 듯한 압박감을 만듭니다. 밝게 드러난 예수와 유다의 얼굴, 갑옷의 차가운 반사광이 검은 배경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배신과 체포의 순간이 더욱 날카롭게 느껴집니다.

등불을 든 관찰자는 카라바조 자신이다

오른쪽 끝에는 등불을 높이 들고 사건을 바라보는 남자가 있습니다. 이 인물은 카라바조 자신의 모습을 넣은 자화상으로 설명됩니다. 그는 예수를 구하지도, 병사들을 막지도 않습니다. 단지 어둠 속에서 빛을 들고 유다의 배신과 체포 장면을 지켜봅니다.

〈그리스도의 체포〉 부분 확대. 화면 오른쪽에서 검은 갑옷의 병사들 뒤로 한 남자가 등불을 높이 들고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이 인물은 카라바조의 자화상으로 알려져 있다.
부분 확대 · 오른쪽 끝에서 등불을 들고 사건을 지켜보는 남자는 카라바조 자신의 모습으로 설명된다

흥미롭게도 그 등불이 장면 전체를 실제로 밝히는 것은 아닙니다. 화면의 인물들은 강한 명암 대비 속에서 다른 광원에 의해 갑자기 드러난 것처럼 보입니다. 등불은 사건을 비추는 도구라기보다, 그 순간을 바라보는 화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상징에 가깝습니다.

그림은 자신이 그린 장면처럼 오랫동안 어둠 속에 있었다

이 작품은 화가의 이름을 잃고 다른 작가의 그림이 되었고, 여러 나라를 거쳐 이동한 끝에 수도원의 식당 장식처럼 남았습니다. 그리고 한 복원가가 어두워진 화면 속 구도를 알아보면서 다시 카라바조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체포〉의 재발견 이야기는 작품 속 장면과 묘하게 겹쳐 보입니다. 그림 속 카라바조는 어둠 속에서 등불을 들고 사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의 그림 역시 오랜 시간 이름을 잃고 어둠 속에 머물다가, 거의 4세기가 흐른 뒤 다시 세상의 빛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체포〉를 다시 보세요.
오른쪽 끝에서 등불을 들고 사건을 바라보는 남자는 카라바조 자신입니다.

그리고 그가 그린 그림 역시 오랜 어둠 속에 묻혀 있다가 다시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